생각한 것들

최근에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2024. 12. 01. 07:22

나는 혼돈 속에서의 질서를 좋아한다.

하지만 지금의 세계의 질서라는 것이 내게는 이따금 혼돈으로 느껴진다.

 

겪지 않았다면 쉬이 이야기 꺼낼 수 없는 너무나 큰 폭력과 너무나 끔찍한 고통들.

공감하려 노력하지 않고 올바름을 조롱하며 되풀이 되는 폭력의 역사와 그리고 현재에서 하나의 개인으로서 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떠한 생각과 행동으로 살아가야하는지
 

 

11월의 단상(제주에서 찍은 자연과 함께)

2024. 11. 18. 13:04

 

1.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내가 삶의 주인공에서 멀어진다는 느낌이 좋다. 말을 덜고 귀를 더 기울이고 남을 위하는 것들이 참 행복하다. 어렸을 때는 욕망과 충동으로 그 에너지가 사방 팔방으로 흩어지기 바빴다면 지금은 그 에너지를 정말 필요한 곳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불필요한 것들로부터 원한다면 쉬이 멀어질 수 있어 참 좋다.

 

 

2. 요새 가장 화두로 삼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 에너지가 마음속에서 발현하는 순간들을 지속적인 하나의 흐름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이다. 물론 이런 에너지들은 너무 많은 내적 그리고 외적인 것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고 통제할 수 없음을 알지만, 큰 방향에서 이 흐름을 좋은 쪽으로 계속 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3. 비행기에 올라타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전환할 때는 새로운 세계와의 조우를 위해 준비를 하는 것만 같다. 정말 좋아하거나 혹은 정말 필요로 하는 몇 가지만 추린채로 다시 이륙하는 순간까지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게끔 준비하는 시간들. 기존에 연결되어 있던 것들로부터 벗어나 약간의 심심함과 조금의 불편함의 에너지를 생경한 것들을 조우했을 때 느낄 설렘과 놀라움의 순간들로 바꿀 준비를 한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들

2024. 10. 24. 13:33

Labyrinth 페스티벌을 가기 전날 혹은 당일에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소식을 들었다. 

 

일전에 채식주의자를 읽었던 것을 제외하면 따로 읽었던 적은 없었는데 공항 가는 길에 서점에 들러 작가님의 남아있는 책 중 "디 에센셜 : 한강"을 구입해 읽었다. 문학 작품을 손에서 놓은 지 정말 오랜 시간이 흘렀던 터라 읽었을 때 오랜만에 글을 읽었을 때 마음에서 느껴지는 울림은 참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5.18을 주제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에 대한 집필 당시의 이야기가 산문에 실려있었는데, 그 산문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이 들어 쉬이 책을 넘기기가 참 어려웠다. 자신의 목숨을 내어가면서까지 지켜가야할 것들이 있던 사람들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어떤 한 장을 넘길 때엔 깊은 울림에 생각을 멈출 수 없었고, 또 다른 어떤 한 장을 넘길 때엔 눈시울이 붉어져 눈물을 흘릴 뻔 하고 또 다른 한 장을 넘기면서는 담백하면서도 아름다운 글에 탄복할 수 밖에 없었다. 예술이란 참 풍부함을 높이고 해상도를 높여 감정의 폭을 다채롭게 받아들이고 또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생각이 언어가 되고 그것이 글자를 매개로 하여 전달 되는 것들, 감각적인 것들의 전달, 글의 아름답고 또 견고한 표현이 내게 울림을 주는 것이 참으로 좋았다. 

 

한강 작가의 글을 읽으며 참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간간히 짧게 나마 적어왔던 생각들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 때 당시엔 정말 주관적으로 느껴지는 것들을 적었던 것은 맞지만, 글이 어딘가 모르게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 생각들을 엮어 기록한 공간이 인스타그램이라는 소셜 미디어였기에 그랬던 것도 있겠으나, 철저하게 제 3자 입장에서 바라보고 느꼈던 것들만 적혀졌던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왜 나는 내 이야기를 적지 못했을까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문득, 제 3자의 시선이 아닌 당사자로서 바라보고 기록되는 것들이 쉬이 쓰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그것이 먼 과거의 일이 아닐 때엔 더더욱 그렇다. 다양한 감정들과 생각들은 양가적일 수 밖에 없고 사랑과 행복으로만 가득 찰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사랑과 행복의 글로만 적는 것은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사건들만 적는 것보다 더 불편함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글을 써내려간다는 것은 말을 뱉는 것보다 더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가다듬고 또 정제하여 꾹꾹 눌러 써내려가는 것은 그 움직임이 주는 느낌과 같이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내가 하는 일

2024. 05. 29. 13:29

벌써 일을 시작한 지 4년 가까이 되는 시간이 흘렀다. 입사 이후 다양한 성격의 업무들을 진행해왔고, IT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말이 너무 길어질까 에둘러 설명했던 적이 많았다. 일을 시작한 지 4년 가까이 된 지금, 내가 어떤 일들을 했는지 기록해보고 싶은 마음에 적어보고자 한다.

 

주 업무

 

데이터 엔지니어

입사 초기 3년 가까이 주로 '데이터 엔지니어' 업무를 많이 수행했다. 처음에는 사수가 없이 일을 시작해서 데이터로 뭔가를 하는 일을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일들이 데이터 엔지니어의 업무였던 것 같다. 처음 입사 했을 당시에는 pandas와 requests 라이브러리 정도만 사용해본 수준이었고, 업무 요청이 들어오면 주피터 노트북을 켜서 요청에 따라 데이터 시각화나 정리, 크롤링과 같은 업무들을 단발성으로 수행하곤 했다. 심지어 이때는 데이터 베이스도 없이 csv 파일로 데이터를 관리했다. (물론 지금도 일회성이거나 빠르게 아웃풋 뽑아서 확인하거나 자료 전달 할 때는 이렇게 하기도 한다.) 데이터가 점점 늘어나고 정제해야 할 데이터 사이즈가 늘어나면서 dask 같은 분산 데이터 처리 라이브러리를 사용하기도 했다. 데일리로 업데이트 되는 데이터가 많아져 배치 형태로 데이터를 쌓기 위해 DB 구축과 airflow에 DAG를 말아 데이터를 넣기 시작했다. 그 이후엔 계속 데이터 파이프라인 관리에 힘을 쓰며, 어떻게 하면 데이터를 더 빠르게 서빙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GIS 환경에서 사용되는 데이터들을 빠르게 서빙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PostGIS 나 geopandas 같은 도구도 활용했다.

 

백엔드 엔지니어

엔지니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지만 백엔드 관련 업무도 진행했다. 모두가 원하는 최종 단계의 데이터로의 서빙을 위해선 결국엔 백엔드가 필요했다. 파이썬 외에는 다른 언어를 거의 알지 못했던 터라 마침 뜨고 있는 가벼운 프레임워크인 FastAPI를 사용해보고자 마음 먹었다. 내부 툴로만 사용할 용도라 Django 까지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고, 기존에 잠깐 써봤던 Flask에 비해 비동기 처리, Swagger Docs 생성 등의 이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Dependency Injection을 잘 구현하지 못하고, annotation을 활용하지 못한 코드도 많았지만 nginx를 사용해본다던지 하며, 웹 서비스에 대한 기본 구조에 대해 실질적으로 익히고 공부하며 업무를 진행했다.

 

프론트엔드 엔지니어

결국 데이터를 쉽게 서빙 할 수 있으려면, 그리고 사람들이 원하는 빠르게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으려면 GUI 기반의 무언가가 꼭 필요했다. 여러 툴들이 있었지만, 확장성 있게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바를 잘 구현하려면 결국 최종적인 답은 웹 서비스였다. 대학교 프로젝트 때 잠깐 써봤던 React가 기억에 남았고, useState가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대해서만 어렴풋이 기억한 채로 Next.js로 삽을 뜨기 시작했다. 지금은 SSR이라던지 App Router가 등장하면서 너무 바뀌었는데 그 때 당시에는 13버전 초반대라 이런 것도 없고, 진짜 그야말로 아는 거 없는 채로 맨땅에 헤딩하며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ChatGPT라는 선생님이자 조수를 자양분 삼아 업계에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한 SaaS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다.

 

데이터 쪽이 워낙 잡부와도 같다고 말은 많지만 지난 4년여를 돌아보니 진짜 잡부도 이런 잡부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덕분에 비즈니스 사이드에서의 고민들을 참 많이 했다. 데이터 기반의 결정을 하기 위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할지 어떻게 데이터를 ETL 할지부터 어떻게 API를 만들어 빠르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서빙해야할지 고민도 많이했던 것 같다. 여기에 적지 못한 인사 관련 업무들이나 사내에 필요한 SaaS 도입 등도 참 정말 많은 잡부 업무들을 해온 것 같다.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하고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데에 있어선 아쉬움이 많지만, 여러 삽질을 바탕으로 한 잡부 경험들 덕분에 긴 시간 동안 더 비즈니스 사이드에 대해서 고민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이점은 오는가

2024. 04. 21. 16:16

 

 

스파이크 존즈의 her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저런 세상만 와도 너무 행복하겠다. 언제쯤 가능해질까 생각을 했었는데, 그 배경이 2025년이었음을 알게 된 지금은 너무나 당연히 가능해질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LLM이 특정 도메인을 제외하면 덜 지배적이라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의 5년은 정말 많은 변화가 생겨나겠지. 참 기쁠 것만 같았는데, 언젠가부터 정말 무서운 세상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공간이 만들어진 이유

2024. 04. 20. 10:40

최근에는 이메일 외에는 문장의 형태로 된 글을 적지 않다보니 사유와 언어 구사에 퇴화가 온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또한 생각이라는 것이 기록되지 않으면 휘발되는 것들이 너무 많고, 정리하지 않으면 행동하는 대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최근에 느낀 바가 많다. 그렇게 늙고 싶지 않아 이 공간을 만들었다.